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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서울, 하오의 공간기록기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 자연의 빛, 옻칠 ]

by 공간기록가 하오 2021. 10. 6.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편안함, 과하지 않은 꾸밈.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리는 공예축제 2021 공예 주간을 맞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공간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자연의 빛, 옻칠>을 소개합니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 모두 같은 건물입니다.


여유로운 삶을 즐기던 우리 선조들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빛을 더하는 시간의 미학인 옻칠은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었습니다.

기다림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옻칠 공예품은 세월이 지나도 깊고 은은한 빛을 잃지 않아 삶의 여유와 멋을 즐기던 선조들의 미감에도 맞아 꾸준히 사랑받으며 그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채워주었습니다.

전시에는 우리나라 전통 칠공예를 살펴볼 수 있는 옻칠, 붉은빛의 주칠, 영롱한 자개의 빛을 품은 나전칠기 유물 40여 점과 전통적인 옻칠 기법으로 특유의 작품 세계를 구현하는 현대 작가의 작품이 함께 구성되었습니다. 전시를 통해 오랜 시간과 기술이 녹아든 우리나라 전통 옻칠 공예를 새롭게 바라보며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옻칠, 생활에 견고함을 담다.


옻은 동의보감에 ‘혈액순환을 돕고, 소장의 기능을 좋게 한다.’라고 하여 약재 및 음식 재료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주로 생활 용품에 칠로 활용했습니다. 옻은 독성을 가지고 있어 다루기가 쉽지 않지만, 숙련된 기술자들에 의해 오래전부터 나무, 종이, 금속, 직물, 가죽 등 다양한 재료에 사용해왔습니다.

옻칠은 재료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수분과 온도, 습도, 벌레 등에 취약한 나무와 종이에 발라 내구성과 보존성을 높이고 금속과 가죽의 부식과 부패를 막아주었죠. 옻칠을 하면 방수, 방부, 방충 및 내열성 등이 좋아져서 물건의 내구성을 높이고, 자연스러운 광택으로 장식적인 효과도 있어 조선시대 왕실과 상류층에서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선 후기 신분제도가 약화되고 경제적인 부를 축적한 다양한 계층에서 칠 공예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자 식기부터 남성용 및 여성용 소품, 가구 등 의식주 생활용품에 두루 사용되어 생활에 견고함과 멋을 더해주었습니다.


주칠, 붉은빛의 우아함을 품다.


예로부터 붉은 색은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벽사와 복을 가져다준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왕실을 비롯한 민간에서도 큰 행사가 있을 때 의복, 가구, 장신구 등에 붉은색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궁궐 건축의 기둥과 문, 임금이 사용하던 기물 등에 붉은색의 주사를 사용했습니다. 주사는 국내 생산량이 적어 중국이나 일본 등을 통해 수입하던 값비싼 고급 안료로 일반인들은 사용이 제한되었죠.

이처럼 주사를 섞어 붉은 빛을 내는 주칠은 조선시대 왕실의 상징으로 왕실 의례 행사에 사용하던 상이나 탁자, 의례용 도장인 어보, 책봉이나 직위를 하사할 때 왕이 내리는 어책을 보관하던 함 등에 사용하며 왕실의 권위와 고귀함을 상징했습니다.


나전, 영롱한 빛을 새기다.


나전옻칠한 면 위에 자개로 만든 무늬를 붙이고 칠을 한 후, 자개 표면의 칠을 긁어내어 오색찬란한 자개의 빛을 돋보이게 하는 옻칠 공예 기법의 하나입니다. 고려시대 독자적인 공예 기술로 발전시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나전칠기의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검은빛의 칠 위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자개의 화려함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왕실과 상류층의 전유물로 애용되었으나, 조선 후기 민간에까지 사용 계층이 확대되고 생활 곳곳에 사용되면서 선조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나전의 문양은 초기에 모란, 연꽃, 국화 등을 넝쿨 문양과 함께 구성하다 중기에는 사군자, 꽃과 새 등 회화적인 소재가 선호되었습니다. 후기에는 십장생, 산수풍경, 기하 문양 등 일상의 복과 장수를 바라는 길상적인 의미와 여러 가지 문양이 다채롭게 사용되었습니다.


전인수


전통적인 옻칠 기법을 공예가 아닌 회화에 적용해서 나무 판 위에 삼베, 황토, 옻칠을 수 십회 바르고 갈아내는 반복되는 밑 작업을 거쳐 자개, 금박, 여러 가지 색감의 옻칠 등 전통적인 소재로 자연의 이미지를 시각화합니다.


김동완


뜨거운 불에 녹인 유리를 입으로 불어 형태를 만드는 블로잉 기법으로 모양을 잡고, 그 위에 다양한 색의 옻칠을 겹겹이 올린 후 다시 벗겨내는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색의 옻칠 층과 투명한 유리가 드러나며 독특한 결을 만들어냅니다.


아지트서울, 공간기록가 하오의 감상평


번화가의 화려한 입간판,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
켜켜이 쌓아올려진 벽돌의 주택, 부드럽고 매끈하게 정제된 상가 건물들.

“이들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으로 ‘K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반도는 지리적 특성상 언제나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하지만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던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국, 그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시를 보는 동안 공간 디자인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 저는 한국적 색채가 담긴 공간 구성에 대한 고민을 골똘히 했었죠. 그러다 내린 결론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었습니다.

본 전시는 지금의 ‘K스러움’과는 미묘하게 다른 한국적인 색채를 통해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옻칠’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편안함으로 여유로운 삶을 즐기던 선조들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빛을 더하는 시간의 미학인 ‘옻칠’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코리아나미술관 <자연의 빛, 옻칠>은 오는 2021년 10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위치 : 서울 강남구 언주로 827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3호선 압구정역 3번 출구 도보 8분)
전시 기간 : 2021년 4월 7일(수) ~ 2021년 10월 30일(토)
운영 시간 : 하절기 (4-10월) 오전 10시 - 오후 7시 / 동절기 (11-3월) 오전 10시 - 오후 6시
휴관일 : 매주 일요일, 1월 1일, 명절 연휴 (설날, 추석)\
주차 여부 : 주차 가능 ( SUV 차량은 발렛 이용 )
티켓 가격 : 일반 4,000원 학생 3,000원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개인 자유 관람으로 진행됩니다. '큐피커' 앱을 활용하시면 <자연의 빛, 옻칠>에 대한 전문해설사의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예약 링크 :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315390/items/386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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